Melody Astro Black 50 mk ll 진공관 앰프






 










 

멜로디는 호주의 오디오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멜번(Melbourne)에 소재한 진공관 앰프 브랜드로 언젠가부터 쉽게 다가가기 힘들었던 진공관 앰프를 친근하게 만들어 준 몇몇 브랜드 중 하나다. 물론 그 친근함의 비결에는 역시 공격적인 가격과 그를 훨씬 상회하는 품질이 있었음은 당연한 이야기.
멜로디의 라인업은 현재 그 당시 비슷하게 인기가 있던 동 가격대의 타 브랜드들보다는 약간 고가의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고 내부에 보다 고급부품을 사용함은 물론 그만큼 외형적으로 느껴지는 외관의 품질도 한층 보다 고급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야무진 마감처리가 주는 말끔한 첫 인상

손으로 들어봤을 때 들 수는 있겠다 싶은 25kg의 무게를 가진 Astro Black 50 MK II의 전체적인 외관은 피아노 블랙의 유광 마감으로 마무리 되어있다. 자칫 잘못하면 저렴하게 보일 수 있는 이 마감이 전혀 저렴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로 제대로 마감처리를 했다는 것인데 그것만으로도 Astro Black 50 MK II를 책정된 가격의 2~3배는 더 고가의 물건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풀 사이즈인 Astro Black 50 MK II의 전면 패널에 위치한 로터리 노브는 총 3개로 간결한 구성인데 좌측부터 온 오프 스위치, 볼륨 그리고 입력단 선택을 할 수 있다. 제법 묵직한 왼편의 노브를 돌리면 앰프의 전원이 켜지면서 Astro Black 50 MK II는 풍악을 울릴 채비를 한다. 나머지 로터리 노브 역시 동작은 날리지 않는 고급기다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역시 금속으로 제작된 묵직한 리모트 컨트롤러는 직관적이고 단순 명료하여 불륨과 뮤트 기능을 위한 3개의 버튼만을 갖추고 있는데 이 또한 마음에 든다. 이미 단순한 구성의 앰프이기도 하거니와 볼륨조절만으로 리모트 컨트롤러 효용의 9할은 채운다는 생각이다. 사실 리모컨을 사용해보면 볼륨조절이 대부분인데 거기에 뮤트 기능까지 더했으니 이 이상 좋을 수는 없다.



 

광택 어린 RCA 단자의 인상적인 품질

후면의 단자들은 더욱 인상적인데 이미 해당 가격대의 진공관 앰프가 채용하는 단자들이 대부분 고품질인 편인데 Astro Black 50 MK II의 단자는 그것을 상회하는 느낌으로 광택 어린 RCA 단자의 품질이 특히 인상적이다.
진공관 앰프로는 드문 편인 XLR 입력단자도 한 조 준비되어 있고 바인딩 포스트 역시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어 손쉬운 스피커선 체결을 도와준다.
앞 뒤 모든 면에서 고품질과 여유를 보여주는 Astro Black 50 MK II는 양 측면을 통해 바이어스 조정을 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사용자는 이 부분을 숙지하고 사이드 쪽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 둘 필요를 느낀다.




KT88을 출력관으로 사용

Astro Black 50 MK II는 출력관으로 KT88 4개, 초단관으로 6SN7 4개 그리고 101D1을 정류관으로 채용하고 있다.
대부분 정류는 다이오드를 통해 하고 정류관을 이용한 이런 식의 정류방식은 보통 잘 쓰이지는 않는데 Astro Black 50 MK II에는 이 정류관이 포함되어 앰프 거의 중앙에 자리잡은 이 관이 해당 앰프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상징하는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출력관으로 사용된 KT88은 EL34와 더불어 가장 널리 사용된 출력관이자 가장 폭 넓은 사용자 층을 갖고 있는 출력관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새는 진공관 앰프 제작처에서 가격상승의 합리화가 연상되기도 하는 오히려 보다 익소틱(Exotic)한 관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 KT88의 인기가 예전만큼은 아닌 듯도 하지만 여전히 EL34나 KT88같은 상대적으로 구하기 쉽고 저렴한 관을 채용하는 것은 진공관 입문자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직접 배선재를 연결한 하드 와이어링

내부를 열어보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는 Astro Black 50 MK II의 내부는 전동 볼륨을 위한 것으로 파악되는 작은 PCB(리모트 컨트롤을 위한 작은 타협이라고 할 수 있겠다)외엔 기판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배선재를 연결한 하드 와이어링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식의 설계는 수작업이 불가피하고 떨어지지 않는 인건비를 감안할 때 언제든지 가격 상승의 여지가 있다고 보여질 뿐 아니라 어쩌면 바로 지금이 진공관 앰프의 호시절이자 손쉬운 구입의 마지막 적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의 매력이 느껴지는 하드 와이어링 설계가 아닐 수 없다.




강렬함 속의 진중함이 느껴지는 사운드

Astro Black 50 MK II를 듣고 처음 얻은 인상은 역시 KT88을 사용한 앰프답게 강렬하고 인텐시티(Intensity)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EL34의 키워드가 달콤함이라면 KT88의 경우에는 강렬함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겠는데 채널 당 50와트 (클라스 AB1) 출력의 Astro Black 50 MK II의 경우 또한 예외는 아니다.
진하고 풍부하며 뭔가 꽉 찬 소리가 왜 이제야 소리를 울리냐는 식으로 우렁차게 망설임없이 나온다. 덕분에 볼륨의 스텝이 아주 리니어하지 않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도 처음부터 나오는 강렬함에 9시를 넘기지 않는 얌전한 운용을 했다. 가끔 오디오의 소리를 필기도구에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Astro Black 50 MK II의 묵직한 재생은 볼드체(Boldface)가 연상되며 분명히 세필 쪽은 아니다.
하지만 노도와 같은 강렬함 속에서도 일정 수준의 진중함을 잃지 않는 것이 Astro Black 50 MK II의 매력이기도 하다. 파워풀하다 싶으면 경박함 같은 원하지 않는 부분도 덤으로 따라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Astro Black 50 MK II는 그런 과는 절대 아니고 오히려 모든 부분이 꽤 성숙하게 재생되는 편이다. 앰프의 생김새처럼 묵직하고, 제법 음영도 간혹 묻어나면서 쉬이 날리지 않는, 꽤 맛이 느껴지는 재생이다



 

메인앰프로 쓸 만 한데 가격도 괜찮다

개인적으로 인티앰프에서는 진공관이 ‘반드시 정답까지는 아니지만 고품질의 재생을 위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지는 이미 한참 되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수준의 퍼포먼스는 동급 솔리드 스테이트 기반 인티앰프에서는 어지간해서는 경험하기 힘들 것이고 오히려 예산을 더 확보해도 이런 급의 수준에는 다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요새 나오는, 경쟁력을 확보한 진공관 앰프들은 다루기가 크게 어렵지도 않고 절대 음질은 대개 분명히 좋을 것이며 잘 살펴보면 Astro Black 50 MK II처럼 리모콘으로 사용의 편의까지 제공하는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상당히 많은 경우에서 진정한 메인 앰프 자리를 차지할만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간간히 방을 데워주는 서브 앰프 자리는 차지하고도 남을만한 이런 실력기를 현재의 가격 수준으로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언젠가는 현재의 이 상황이 좋은 시절이었다고 이야기할 날이 곧 올 것 같은 심정 때문인지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Melody의 Astro Black 50 MK II는 KT88 4개를 출력관으로, 6SN7 4개를 초단관, 101D1을 정류관으로 채용했다.